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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감각 세계의 비밀

by 반려수칙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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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감각 세계의 비밀

 

고양이와 함께 살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지도 모릅니다.
‘얘는 대체 뭘 보고 저렇게 반응하는 거지?’
가끔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후다닥 도망가고, 어떤 날은 멀리서 오는 발소리에 누구인지 알아차리기도 하죠.
우리가 몰랐던 고양이의 감각 세계, 즉 시야, 청력, 후각, 촉각, 미각까지 하나씩 들여다보면 고양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오묘하고 정교하게 진화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어둠 속에서도 또렷한 시야

고양이는 야행성 동물로, 어두운 환경에서도 놀랄 만큼 잘 봅니다.
사람 눈의 동공이 확장되는 것보다 고양이의 동공은 훨씬 더 크게 열리며, 망막에는 **광을 증폭하는 반사판(타페텀 루시둠)**이 있어 아주 적은 빛도 활용할 수 있죠.
그래서 밤중에 고양이의 눈이 반짝이는 것은 단순히 눈에 불이 들어온 게 아니라, 이 반사판 덕분에 빛이 되돌아오는 거랍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눈에도 약점은 있어요.
색채 구분 능력은 사람보다 떨어지며, 특히 빨간색 계열을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즉, 세상이 우리처럼 다채롭게 보이지는 않지만, 움직임을 포착하는 능력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움직이는 장난감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청력은 거의 초능력 수준

고양이는 인간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고주파 영역인 64kHz까지 들을 수 있으며, 이는 쥐나 작은 동물들이 내는 미세한 고주파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다는 뜻이죠.
이런 예민한 청력 덕분에 고양이는 사냥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귀는 단순히 ‘듣는 도구’가 아닙니다.
고양이 귀는 약 180도까지 독립적으로 회전할 수 있고, 양쪽 귀를 따로 움직여 소리의 방향을 파악하는 능력도 탁월합니다.
이 때문에 고양이는 눈을 감고도 정확히 소리의 출처를 찾아낼 수 있어요.
심지어 방 안에 누가 걸어 들어오는지만 들어도, 가족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정도랍니다.


사람보다 14배 예민한 후각

고양이의 코는 작아 보이지만, 약 2억 개의 후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은 약 5백만 개니까 단순 계산으로도 고양이는 우리보다 40배 이상 민감한 후각을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후각은 먹이 탐색, 영역 표시, 낯선 존재 감지 등 생존과 깊게 연결돼 있습니다.
또한 고양이의 후각 기관 중 하나인 **야코브슨 기관(또는 보머롱 기관)**은 입천장 쪽에 있어 페로몬 감지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고양이가 입을 벌리고 이상한 표정을 지을 때가 있는데, 이걸 ‘플레멘 반응’이라고 하며, 야코브슨 기관을 통해 냄새를 분석하는 중입니다.

고양이와 친해지고 싶다면 낯선 향수나 화장품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특히 집에 새 물건을 들이거나 이사 후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낯선 냄새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염은 감각 안테나

고양이의 감각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수염(진동수염)**입니다.
고양이 수염은 단순한 털이 아니에요.
각 수염은 신경 말단과 연결되어 있어 미세한 진동이나 공기의 흐름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입니다.
어두운 방에서도 벽에 부딪히지 않고 잘 움직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수염은 또 고양이의 기분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앞쪽으로 쏠려 있다면 흥미롭거나 공격적인 상태, 옆으로 퍼져 있다면 안정된 상태, 뒤로 말려 있다면 불안하거나 경계 중이라는 뜻이죠.
수염은 절대로 자르거나 다듬으면 안 되는 중요한 감각기관입니다.


미각은 제한적이지만 정확

의외일 수 있지만, 고양이의 미각은 사람보다 둔합니다.
맛을 느끼는 미뢰 수가 사람의 1만 개 이상에 비해 고양이는 약 470개밖에 없어요.
또한, 단맛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초콜릿이나 설탕이 들어간 간식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단백질이나 아미노산이 풍부한 고기 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이 ‘둔함’이 꼭 단점만은 아니에요.
고양이는 음식의 질감과 냄새, 온도 등 다른 감각을 총동원해 먹을 것을 판단합니다.
한 번 먹고 탈이 났던 음식은 절대 다시 입에 대지 않으며, 신선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배가 고파도 먹지 않아요.
그래서 고양이 사료는 온도와 신선도, 향까지 신경 써서 급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양이의 세계, 우리는 빙산의 일각만 본다

우리가 느끼는 세상과 고양이가 느끼는 세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는 형형색색의 풍경과 다양한 맛을 즐기지만, 고양이는 어둠 속에서도 정확하게 움직이고,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우리가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으며 살아갑니다.
게다가 몸 전체가 ‘센서’처럼 움직이며 주변을 탐지하고,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죠.

고양이와의 동거가 때로는 ‘신기한 동물과의 만남’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고양이의 진짜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그들의 감각 세계를 하나하나 이해하다 보면,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고양이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감각의 결정체입니다.
그들의 감각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진짜 반려인의 자세 아닐까요?


혹시 집사로서 고양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얘는 도대체 뭘 느낀 걸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그들의 세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깊고, 정교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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